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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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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시설 vs 미래 먹거리···건설업계, 데이터 센터 사업 '난항'

등록일

2024-08-05

조회수

405

 

국내 건설사들이 주택 사업 수익성 악화에 새 먹거리 사업으로 '데이터 산업'을 낙점한 가운데, 데이터 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갈등을 빚으며 곳곳에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건설업계는 데이터 센터에서 생성되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지역 주민들은 해당 건설사 그룹의 제품까지 불매운동하겠다며 거센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자가 지난 1일 방문한 경기 일산서구 덕이동 인근 아파트 주변에는 데이터 센터 건립을 반대한다는 주민들의 현수막이 동네 곳곳에 걸려있었다. '데이터 센터 허가 취소하라', '유해 물질에 주민들 죽는다', 'GS는 주민들 그만 괴롭혀라' 등 건강 우려에 대한 내용과 사업을 추진하는 시공사에 대한 비판이 가장 많았다.

GS건설은 이 지역에 지하 2층~지상 5층, 총면적 1만7000㎡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GS건설이 지분 51%를 보유한 데이터센터 개발프로젝트 금융투자사 마그나 PFV가 건축주이고 GS건설이 시공한다. 정부 인허가가 완료돼 상반기 착공 예정이었지만 주민 반발에 아직 착공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GS건설은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회에 나서 안정성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주민 항의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다.

주민들은 데이터 센터의 고압선 전자파 방출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인근에서 만난 주민A씨는 "공사현장이 아파트에서 5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며 "주위에 이렇게 아파트가 많고 학교도 많은 동네인데, 인체에 영향을 줄지도 모르는 데이터 센터를 코앞에 짓겠다는 게 말이 안 된다"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아파트 주민들끼리 GS편의점 불매 운동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며 "공사가 시작된다면 고양시청에 계속 항의를 넣을 생각이다"라고 했다.

이 외에도 주민 비상대책위원회는 열섬현상 피해, 냉각탑과 공기배출로 인한 소음, 아파트 가격 하락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기영 탄현동총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GS는 이곳에 데이터센터 사업을 진행하면서 당초 주민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았고, 이후 제대로 된 정보를 준 적도 없다"며 "지금 와선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회적 책임에서 등을 돌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외에도 데이터센터 사업은 곳곳에서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올해 준공 및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추진 중인 인천 부평 상업용 데이터센터 공사도 인근 아파트 주민들 반대로 일시 중단됐다 최근 다시 공사를 재개한 상태다. 효성그룹이 경기 안양시에 지으려던 데이터센터는 아예 무산됐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데이터 센터 발생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할 정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주민들이 걱정하는 데이터센터 유해성은 크지 않다"며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건설과 운영을 통해 고양시와 인근 지역의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GS건설이 지난 1월 미래전파공학연구소에 의뢰해 데이터센터 부지의 인근 10여 곳에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전자파 노출량은 최대 13.1mG로 측정됐다. 이는 전기설비기술기준 대비 1.6% 이하 수준으로 주변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의 전자파가 아니라는 게 GS건설의 설명이다. 실제 국내 인체보호 기준은 833mG이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자파 2~4mG를 어린이 백혈병을 유발하는 발암물질 2급 기준으로 보고 있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데이터센터의 전자파는 서버실 내벽과 무창층(창문 없는 콘크리트 벽체) 구조로 인해 바깥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며 "데이터센터의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은 건설사들의 주요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최근 디지털 전환이 가속되면서 데이터 센터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데이터 센터는 임대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부동산 개발 노하우가 있는 건설사 입장에선 부지 선정과 매입, 인허가, 자금 조달, 건축 및 설비 시공 등 개발 사업 전반을 주도하기에 용이하다.

최근 △한화 건설부문 △SK에코플랜트 △GS건설 △DL이앤씨 △현대건설 등이 단순 센터 시공뿐 아니라 지분투자 및 운영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10개의 데이터 센터 준공을 완료한 GS건설은 아예 개발자로써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 2021년 데이터센터 영업과 운영 서비스를 담당하는 '디씨브릿지' 자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앞으로도 수도권 곳곳에서 데이터 산업 센터 건립에 대한 주민 갈등이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3년 하반기 데이터센터 시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수도권 시장의 점유율은 77%였다. 센터에 입점할 업체들이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은 곳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 건립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이다.

개발 이익이 크다는 점도 수도권 집중 현상의 이유다. 실제 총사업비 3500억원이 투입된 경기도 하남의 데이터센터(IDC)의 경우 글로벌 인프라 투자운용사인 맥쿼리가 1조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개발사 입장에선 6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챙기는 셈이다.

신동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건설사들은 단일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준공‧임대 후 매각 시점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충분하다"며 "장기간 보유하며 임대수익을 보기보단 일정 기간 후 매각하고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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