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15여 명 한 주택서 “주인 나와라” 항의 기지국 전자파로 불면증 구토 등 질환 시달려
“머리 아파 못 살겠다, 왜 내 집에서 편하게 못 사는데~”
지난 15일 저녁 7시경 창원 명서동 주택가에서 주민들 간 고성이 오가는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주민 15여명은 한 주택을 둘러싸고 “주인 나와라, 뭐가 무서워서 피하냐”고 외치고 있었다.
기자는 주민 김모 씨의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갔다. “통신사 기지국(이 설치된) 집 앞에서 주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으니 취재하러 와도 좋다”라는 말을 들은 후였다.
김모 씨는 “이 집 주인이 주민들을 피해서 도저히 못 참아서 시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 간 갈등은 명서동 한 단독주택 옥상에 이동통신 기지국이 설치된 것과 관련해 최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이 주택 옥상에는 통신 3사 중계기가 다 설치돼 있었다.
이 주택 반경 100m 이내에는 50여 호의 주택이 밀집해 있다.
이웃 주민들은 기지국에서 나오는 전자파로 인해 두통과 구토, 불면증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옆 주택에는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지국 철거하라’라는 현수막까지 달렸다.
현장에 있던 한 주민은 “뉴스를 보면 외국에서도 전자파 때문에 암에 걸린 사람들이 나오지 않냐. 이런 시설은 산에 있든지, 상가 옥상에 있어야 하는데 왜 이렇데 단독주택에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웃 주민들이 이 주택에 모인 이유는 이 주택 주인은 기지국 임대인으로 철거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주인은 기지국을 임대한 대가로 이동통신사로부터 임대료를 받고 있었다.
결국 주인은 주민들 소음에 못 이겨 경찰을 불러 소동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 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집주인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주인 권모 씨는 “합법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당연하게 철거할 것이다. 주민들에게 피해가 간다면 우리도 없어도 된다. 하지만 그런 근거가 없다. 전자파를 쟀지만 사람에 무해하다고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권모 씨의 부인도 “오늘 통신사와 통화를 수차례 했다. 전자파가 피해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덩달아 항변했다.
실제 이동통신사에 알아보니 기지국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현행 전자파법상 단독주택 설치에도 아무런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을 듯 보인다.
유해 유무와는 별도로 주민들은 기지국을 혐오시설로 보고 “집 값이 떨어진다”, “주민들이 그냥 싫다고 하잖아요”라고 고성을 질렀다.
김모 씨도 “앞으로 저녁 이 시간대에 정식으로 신고를 하고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소동이 끝나고 이날 밤 기자는 경찰을 통해 집주인이 기지국 철거와 관련해 주민들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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